2011/02/16 21:48
                                                                          < 모레노 빙하 >


 칼라파테는 아르헨티나의 가장 유명한 여행지 중의 하나로 엄청나게 큰 모레노 빙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끝도 없이 펼쳐진 빙하의 평원이 강으로 밀려 내려오면서 결국에는 바스러지고 녹아 없어지는 모습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기에 대부분의 남미 여행자들이 꼭 한번은 들러보는 곳이기도 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대회를 치르느라 3개월의 비자 기간 중 대부분을 소모해버린 우리는 이 빙하를 보기 위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칼라파테까지 쉬지 않고 버스로 이동하는 강행군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월요일 저녁 7시에 출발해서 수요일 아침 10시쯤 칼라파테 근교마을에 도착해 버스를 갈아타고, 마침내 칼라파테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쯤이었으니 대략 45시간 정도 걸렸으려나.

극악무도한 아프리카 버스에 비하면 아르헨티나 버스는 5성급 호텔과 다를 바 없었지만, 버스에서 잘 때 자세가 이상했는지 한동안 허리가 아파서 고생을 좀 했다. 비행기 일정만 맞았어도 절대 버스 안 탔을 텐데

어쨌든 그렇게 강행군을 하고 나서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이틀에 불과했기에 도착하자마자 부지런히 교통편을 예약하고 다음날 새벽 바로 칼라파테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칼라파테 국립공원은 그다지 크지 않아서 돌아보는데 몇 시간 걸리지 않았다. 모레노 빙하의 모습은 듣던 대로 장관이었고, 오전에는 흐리던 날씨가 오후 들어 맑게 개면서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던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평생 살면서 빙하라는 것을 실제로 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올해 벌써 아이슬라드에 이어 두 번이나 보게 되다니, 고작 30년 밖에 살지 않은 내가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인생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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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ingai 2011/02/18 1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남미 여행자의 꿈 칼라파테에 다녀오셨군요!
    저도 오래 살다보면 언젠가 볼 날이 있을까요? ㅎㅎ

2011/02/16 21:44
                        <초심자의 행운인가? 자리에 앉자마자 1달러를 20달러로 만드는 마법을 선보인 우리 염타짜>


 남아메리카 남쪽 끝에서부터 쉴 새 없이 올라오던 우리는 페루에서 비행기를 타고 라스베가스를 경유해서 멕시코 시티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경로를 보면 돌아가는 것 같지만, 비행기가 라스베가스를 경유해서 가야 싸기도 했고, 이 참에 라스베가스에서 지친 몸을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은이가 라스베가스를 가자고 했을 때 나는 경비에 대한 걱정부터 앞섰다.

뭐랄까…… 나에게 있어 라스베가스는 돈이 엄청 많아서 도저히 주체할 수 없는 부자들이 흥청망청 써대는 환락의 도시라는 이미지여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라스베가스의 호텔은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가격이 저렴했다. 지은이의 설명에 의하면 손님들이 카지노에서 돈을 많이 쓰게 하기 위해 프로모션 차원에서 항상 가격이 싸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정말 말도 안되게 저렴했다. 그래서 라스베가스 지역에 있는 여행자 호스텔들은 항상 텅텅 빈다고 한다.

우리가 묵었던 FLAMINGO 호텔 역시 이름 그대로 홍학들을 풀어 키우는 예쁜 정원을 갖고 있고, 중심가에 바로 접해서 위치도 좋은데도 불구하고 운동장 같은 넓은 더블 룸이 하루에 고작 22 USD에 불과했다. 노르웨이나 아이슬란드 같은 북유럽에선 공용 화장실에 6~8명이 같이 쓰는 도미터리라도 하루에 한 사람당 5만원이 넘었던 것을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가격이다.


                               < 겉보기에도 휘황찬란한 호텔이 하루밤에 고작 22달러? @.@>
 
  하지만 모든 호텔마다 엄청나게 들어서 있는 슬롯 머신들과 포커 테이블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초점 잃은 눈동자로 기계적으로 스틱을 당기는 사람들. 간혹 높은 배당이 터지기도 하지만 그대로 일어나는 사람은 드물었고, 대부분은 수중에 있는 돈을 모두 털어 놓고 나서야 허탈한 표정으로 기계 앞을 떠난다. 카지노 입구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노인과 그 옆에 주저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노부인의 잿빛 머리카락은 그들 위에서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라스베가스에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극단적인 양면성을 느꼈다..

 

 어쨌든 미국은 미국이고 우리는 이 기회를 빌어 꿀 맛 같은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방 값 아낀 돈으로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라스베가스의 놀라운 쇼들도 보고, 엄청난 규모의 쇼핑몰 구경도 했다. 그 중에서도 리우 호텔 부페는 라스베가스에서도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었는데 특히 해산물 요리가 잘 나와서 지은이는 그 동안 너무나도 먹고 싶어했던 킹크랩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지은이의 별로 크지도 않은 체구에 그 많은 킹크랩들이 어떻게 다 들어갈 수 있는지 놀라느라 뭘 먹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무튼 참 잘 먹었던 것 같다.

 이렇게 우리는 완벽하게 재충전을 하고 멕시코로 넘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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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ingai 2011/02/18 1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은이는 행운의 여신! ^ㅡ^

2011/02/16 21:29

 정말 고생을 많이 한 아프리카 여행이었지만 좋았던 곳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북아프리카의 튀니지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 그리고 지금 소개하려고 하는 잔지바르 등은 힘든 아프리카 여행에서 오아시스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 마음이 편안해지는 잔지바르의 해변 > 


 잔지바르는 탄자니아의 수도 다르에르살람에서 배를 타고 5시간 정도 가면 도착할 수 있는 섬이다. 특이한 점은 이 섬이 탄자니아 본국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것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잔지바르는 탄자니아에서 자치권을 부여 받은 이슬람 자치령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이슬람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차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해변을 산책하는 원주민들의 평화로운 모습>


 
잔지바르는 에메랄드 빛 해변과 풍성한 먹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싼 물가 때문에 대부분의 아프리카 여행자들이 가장 좋았던 곳으로 손꼽는 최고의 여행지 중의 한 곳이다. 우리 역시 같은 이유로 잔지바르의 매력에 푹 빠져서 무려 10일이나 바닷가 근처 오두막을 빌려 푹 쉬고 나왔다. 하지만 우리에게 잔지바르가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곳에서 만난 힘찬이 때문일 것이다.

 

                                                          <힘찬이의 힘찬 점프!!!> 


 
힘찬이를 처음 만난 곳은 잔지바르로 들어가는 배를 타는 선착장이었는데, 힘찬이 특유의 붙임성과 쾌활함으로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게다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고대 후배인 것이 아닌가! 그것이 인연이 되어 잔지바르에 머무는 내내 같은 숙소에 묵으면서 음식도 같이 해 먹고 클럽도 같이 가고 스노클링, 낚시도 같이 하면서 정말 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생활하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보이고, 때론 의견 충돌이 생길 법도 하건만 워낙 힘찬이가 성격이 좋고 천성이 밝아서 단 한번의 트러블도 없이 즐거운 추억을 함께 만들 수 있었다.

 

 재미있고 먹거리도 풍성한 야시장, 한 달에 한번 달이 가장 크게 차오르는 날에 온 동네 처녀 총각이 모두 모이는 FULL MOON 파티,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지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그 안에서 물고기들과 함께 유영할 수 있는 스노클링, 돛단배를 타고 나가서 하는 줄 낚시 등등 잔지바르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정말 많지만 우리가 그 곳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힘찬이의 밝고 건강한 웃음이다. 잔지바르에서의 다른 기억들은 언젠가는 희미해 지겠지만, 그 웃음만큼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추억 속에서 더욱 밝게 빛날 것이다.

                                                            <아름다운 잔지바르의 바다 모습들>


                     <돛단배 낚시하는 모습. 힘찬이는 멀미로 힘들어 하고 지은이는 돛대맨의 복근에 넋이 나갔다 ㅡㅡ;>

    < 한달에 한번 온동네 젊은이들과 여행자들이 모두 모이는 full moon party!! 독일인 친구와 어설픈 살사를 추는 내모습>

                                                                < 사진은 역시 뛰어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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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7 2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스피아 2011/05/25 0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어떻게 찾아왔어 대단하다 @.@
      와줘서 고맙구 결혼 정말 축하해^^
      런던에 간다니 것두 멋지다~!
      항상 신나게 사는 모습 보기좋아^^

  2. 생강 2011/05/21 2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느무느무 멋있다..